‘마이 네임(My Name)’은 2021년 10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액션 누아르 시리즈입니다. 한소희 주연, 김진민 감독 연출, 김바다 작가 각본으로 제작되었으며,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복수극의 전형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여주인공 중심의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외 평단과 시청자들로부터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강렬한 전개로 호평을 받았으며, 공개 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권) 순위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이 네임’의 줄거리 구성, 캐릭터 중심의 연기력, 그리고 연출적 강점과 한계까지 사실 기반으로 분석합니다.
복수극의 틀을 따른 탄탄한 스토리라인
‘마이 네임’의 중심 줄거리는 복수를 위한 여정입니다. 주인공 윤지우(한소희 분)는 생일날 눈앞에서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경찰과 조직 모두에게 외면받은 채 홀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아버지의 친구이자 동천파 보스인 최무진(박희순 분)을 찾아갑니다. 이후 그는 지우를 자신의 조직에 받아들이고, 지우는 ‘오혜진’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한 채 경찰에 잠입합니다. 이로써 지우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 조직과 배후 조직 사이에서 이중의 삶을 살며,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야기는 복수극의 전형적 구조—사건, 훈련, 침투, 갈등, 배신, 진실 발견, 결말—을 따르지만, 흥미로운 점은 여주인공의 시선으로 극한의 상황들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이 조직에 들어가 격투와 암투를 벌이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치 않으며, 이에 따라 ‘마이 네임’은 장르적 새로움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있는 클라이맥스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몰아치며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특히 최무진이라는 인물의 이중성과 그의 과거, 윤지우의 정체성 혼란이 얽히며 단순한 복수극 이상의 서사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마이 네임’은 명확한 목표의식 아래 플롯을 압축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심리적 긴장과 액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한소희의 연기 변신과 캐릭터 설계
‘마이 네임’은 한소희에게 있어 이미지 변신의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이전까지 로맨스와 멜로 장르에서 주로 활약했던 한소희는 이 작품에서 생존을 위해 조직에서 훈련받고, 실전에 투입되어 수차례 생사를 넘나드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습니다. 윤지우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액션 히로인이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 정체성 혼란, 조직과 경찰 사이에서의 딜레마, 그리고 배신과 복수의 감정이 뒤엉킨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이 감정을 한소희는 눈빛,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 녹여내며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체중을 늘리고 실제 액션 훈련을 받은 후 촬영에 임한 그녀의 노력은 고스란히 화면에 드러납니다. 총격, 격투, 도심 추격전 등 고난도의 장면들을 대부분 직접 소화하며, ‘액션 여배우’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지우의 심리 묘사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고, 신뢰한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며, 점점 감정이 무뎌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감정적 장면과 물리적 액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또한, 후반부 등장하는 전진호(안보현 분) 형사와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진실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합니다. 이처럼 ‘마이 네임’은 단지 여성 액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복합적 감정을 드러내는 정교한 연기를 통해 캐릭터 중심의 서사를 강화한 드라마입니다.
디테일한 연출, 액션, 시각적 완성도
‘마이 네임’은 김진민 감독 특유의 세련된 연출과 현장감 넘치는 액션 설계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감독은 ‘개와 늑대의 시간’,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을 통해 감정선과 장르의 균형에 능한 연출가로 평가받아왔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과 감정의 합을 탁월하게 조율했습니다. 특히 시리즈 전반에 걸쳐 리얼리티에 기반한 근접 전투씬이 두드러지며, 과장되지 않은 타격감과 실제 같은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입니다.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핸드헬드 촬영과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위적인 컷 전환 없이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총격씬이나 칼부림 등에서 과도한 CG나 슬로 모션을 자제하고, 현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무게감을 실어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술과 세트 디자인 또한 몰입감을 높입니다. 주인공의 훈련 장소, 조직 아지트, 경찰서 등 주요 공간은 각기 다른 톤과 질감을 지니며, 이야기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과 색감이 유동적으로 변화합니다. 특히 밤 장면과 어두운 골목, 실내 공간에서의 연출은 영화적인 감각을 담아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OST 또한 강렬합니다. 감정의 극대화를 위해 삽입된 배경 음악은 전투 장면에서는 긴박함을, 인물의 갈등 장면에서는 잔잔한 서사를 뒷받침하며 완성도를 높입니다.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 드라마 중 드물게 ‘현장감 있는 액션’과 ‘감성적 연출’을 동시에 구현해 낸 작품으로,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K-액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이 네임’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한 여성의 성장과 내면의 진실 추구를 중심으로 한 심리적 서사를 강렬한 액션과 함께 풀어낸 뛰어난 K-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시청자에게는 끝없는 긴장과 감정을 선사하며, 한소희라는 배우의 확장 가능성과 한국 액션 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즌2 제작 여부에 대한 논의는 없지만, 작품 자체만으로도 완결성 높은 구성과 연출을 보여주었기에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시리즈로 기억될 것입니다. 강렬한 액션과 감정적 몰입을 모두 원하는 시청자에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