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은 넷플릭스를 통해 2025년 공개 예정인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배우 박보영이 주연을 맡은 감성 옴니버스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조명하며, 익숙하지만 놓치고 있던 장소와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섬세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박보영은 이 시리즈에서 서울의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여주인공 ‘서이정’ 역으로 출연하며, 관찰자이자 해설자,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내면적 인물로서 활약합니다. 《미지의 서울》은 드라마 형식을 빌리되, 다큐멘터리적 카메라 시선과 공간 중심 연출을 결합해 ‘도시와 감정’을 주제로 다루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해당 작품의 스토리, 박보영의 캐릭터, 연출력과 감정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흐르는 기억과 감정
《미지의 서울》은 단일한 줄거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가 아니라, 에피소드형 옴니버스 포맷을 택하고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인물과 공간, 상황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하나의 공통된 테마—‘도시 안에 숨겨진 기억과 감정’—을 공유합니다. 박보영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경의선 숲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이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도서관 큐레이터 이정의 시선을 통해 과거의 사랑, 이별,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에피소드는 과거의 연인과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되는 서사를 중심으로, 걷는 장면, 침묵, 내면 독백을 통해 감정을 묘사합니다. 도시가 배경이지만, 결국 주요 무대는 인물의 ‘내면’입니다. 이 드라마는 다채로운 공간(성수동의 오래된 카페, 북촌의 다 쓰러진 한옥, 여의도의 비 오는 오후, 이촌동의 아파트 단지 등)을 통해 서울의 이면을 포착합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는 단순한 지역 정보가 아닌, ‘이 도시 안에 내 감정도 있었구나’라는 공감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특히 《미지의 서울》은 배경 음악과 공간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며, 대사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는 ‘청각적 여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시끄러운 도시가 아닌 ‘멈춘 서울’, ‘조용한 관계’를 담아내는 이 시리즈는 급박한 일상 속 쉼표가 되어줍니다.
박보영의 섬세한 연기와 감정 중심 서사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기존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층 더 내면적이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 ‘서이정’은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과거의 상실과 내면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정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감정들을 수집하는 존재로, 다친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잊힌 편지를 읽으며, 오래된 건물 안의 서가에서 시간을 정리합니다. 그녀의 대사는 많지 않지만, 눈빛과 표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거리감을 통해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박보영은 한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는 큰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쳐온 장면 속 감정들을 복원하는 작업이었다”라고 언급했으며, 실제로 이정의 연기는 ‘삶의 잔상’을 담는 듯한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 표현을 위한 절제된 톤, 안정적인 발성, 그리고 ‘거리를 두는 시선’은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연기자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보다는, 아무 말 없이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 더 깊은 여운을 주는 박보영의 연기는 도시 감성 드라마라는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정과 마주치는 다른 인물들—이혼을 앞둔 직장인, 상실을 겪은 중년 여성, 도시를 떠나려는 청년—과의 교류 장면은 다소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당신도 그랬군요”라는 눈빛 교환이 이 드라마의 진짜 대사이자, 박보영이 보여주는 감정 연기의 정점입니다.
정적인 연출과 도시의 감각적 재구성
《미지의 서울》은 빠른 전개나 사건 중심의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정윤정 감독은 KBS <다큐 3일>과 tvN <알쓸신잡> 제작진 출신으로, 도시를 ‘설명’하기보다 ‘느끼게 하는’ 연출을 택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정적인 카메라 워크, 낮은 채도의 색감, 그리고 인물과 공간의 거리감에 초점을 둡니다. 공간의 재구성은 단순한 배경 처리를 넘어서, 도시를 ‘주인공’처럼 다루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숲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을 기억하는 장소이자, 자신과 화해하는 공간으로 해석됩니다. 영등포의 공장 골목은 주인공이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걷는 타임머신 같은 기능을 하고, 북촌 한옥은 외국인 관객에게는 아름답고 이국적인 시공간으로 다가옵니다. 음악은 미니멀한 피아노 중심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인물의 감정을 과잉 해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용한 드라마지만, 자막 없이도 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으며, 특히 사운드 디자인은 거리의 소음, 빗소리, 바람소리 등을 정제하여 현실성과 시청의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연출은 전체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합니다. 1분짜리 침묵 장면,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서울 야경을 바라보는 클로즈업 등이 자주 등장하며, 시청자는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인물의 정서에 몰입하게 됩니다. 《미지의 서울》은 OTT 콘텐츠에서 드물게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시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외국 시청자들에게는 ‘서울이 이렇게 고요한 도시였구나’라는 신선한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지의 서울》은 박보영의 감성 연기와 도시의 정서를 섬세하게 엮은 작품으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도 실험성과 완성도를 고루 갖춘 드라마입니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면 대신, 잊혀진 감정과 공간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 시리즈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은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도시 속에서 관계와 감정을 되돌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