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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연출 세계를 보여주는 사바하 영화 리뷰

by All that Insight 2025. 7. 21.

사바하 영화 이미지


“사바하”는 2019년 2월 20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장재현 감독이 연출하고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경 등이 출연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입니다. 불교적 상징과 이단 종교를 중심 소재로 하여 종교, 초자연, 과학, 철학을 결합한 복합장르의 영화로 평가받으며, 개봉 당시 참신한 소재와 촘촘한 플롯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검은 사제들>(2015)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흥미로운 세계관과 서스펜스를 통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연출 세계와 '사바하'의 종교적 상징

<사바하>는 불교 용어인 “사바하(स्वाहा)”에서 제목을 따왔으며, 이 말은 불교 의식에서 주문을 마칠 때 덧붙이는 구절로, “원이 이뤄지다” 혹은 “다 이루어지기를” 정도로 해석됩니다. 영화는 이단 종교 집단 ‘목자회’를 추적하는 박목사(이정재)의 시점에서 시작되며, 쌍둥이 자매 중 ‘의문의 존재’로 태어난 소녀와의 연결 고리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 이어 다시 한번 종교적 테마를 중심에 두고, 이번에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 무속, 과학적 추론까지 교차적으로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종교 단체 ‘목자회’는 실존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방식으로 포교 활동과 내부 교리를 가진 집단으로 묘사되며, 이를 추적하는 주인공 박목사의 캐릭터는 종교학자이자 미신을 철저히 배격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아이러니를 강조합니다.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쌍둥이 자매, 사슴 동굴, 고대 경전, 29인의 살인 리스트 등 여러 미스터리 요소가 얽히며 장르적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불교 경전 ‘미륵삼부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생과 윤회, 업보 등 불교 세계관이 중심 줄기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현대의 과학적 추론과 공존시키려는 시도가 특징적입니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 내에서 종교 자체를 비판하거나 신성모독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인간이 만들어낸 믿음과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감독의 연출은 고전적인 미장센과 현대적인 편집기법을 조화시켜 불쾌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종교적 상징은 난해하지 않게 시각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신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큰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종교 스릴러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분석

이정재는 주인공 박목사 역을 맡아,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는 다른, 냉철하고 분석적인 종교 연구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그는 종교 문제에 대해 무신론적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추적하는 가운데 자신이 믿는 ‘현실’과 마주하며 내적 변화를 겪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연기는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심축이 됩니다. 박정민은 극 중 ‘나한’ 역으로, 쌍둥이 자매를 둘러싼 핵심 미스터리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인물입니다. 그의 캐릭터는 소외된 존재이자, 사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되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 자체가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감정이 억눌린 듯한 박정민의 연기는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캐릭터의 신비성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이재인은 쌍둥이 자매 역(금화와 그늘 속 존재)을 1인 2역으로 소화했으며, 특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대중과 비평가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대사보다는 몸짓과 표정, 분위기로 존재감을 나타내며, 영화 후반부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조연으로 출연한 정진영, 진경, 유성주 등의 인물들도 각각의 위치에서 종교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며, 사건의 윤곽을 입체적으로 형성합니다.

개봉 반응과 해석, 논란 및 의미

<사바하>는 개봉 직후 “한국형 종교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 시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2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고, 종교를 미스터리 장르와 접목한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일부 기독교 및 불교 단체에서는 영화가 종교를 왜곡하거나 비하했다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으며, 특히 목자회와 같은 사이비 종교가 실제 종단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민감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특정 종교를 조롱하거나 풍자하려는 의도는 없다”라고 명확히 밝혔고, 작품은 종교 자체보다는 인간의 믿음과 집착, 윤회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다룬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완전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여운과 질문을 남깁니다. 쌍둥이의 정체, 존재의 의미, 구원과 재앙의 경계 등은 명확히 해석되지 않은 채로 관객의 해석에 맡겨져 있으며, 이로 인해 상징 해석, 종교 사상 분석 등 다양한 담론을 유발했습니다. 특히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가 구원의 열쇠일 수 있는가”라는 주제는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고를 유도합니다. 촬영, 조명, 음악 등 기술적 요소 또한 영화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어두운 색조의 화면, 제한된 조명, 반복되는 종교적 사운드는 불안감을 극대화하며, 사슴굴이나 터널 등의 공간은 폐쇄성과 심리적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황병하 촬영감독의 렌즈워크는 도시와 종교 공간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데 기여했으며, 이작가 음악감독의 배경음악은 전체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사바하>는 단순한 오컬트 호러나 종교 비판 영화가 아닌, 인간의 믿음이 어떻게 왜곡되고, 그 믿음이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장재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장르영화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며, 철학적 주제와 상업적 재미를 함께 아우른 드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종교, 철학,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얽힌 <사바하>는 장르 팬은 물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