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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의 일상 멜로가 체질 시리즈 리뷰

by All that Insight 2025. 7. 25.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2019년 여름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로,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훨씬 깊이 있는 인간관계, 일과 사랑, 우정과 상실을 담은 현실 공감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30대 여성들의 일상과 내면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점에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으며, 방영 당시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종영 이후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멜로가 체질>의 인물 서사, 연출의 특징,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리뷰합니다.

30대 여성의 일상과 우정, 진짜 ‘생활 멜로’의 등장

<멜로가 체질>은 세 명의 30대 여성 — 드라마 작가 임진주(천우희), 영화 마케팅팀장 이은정(전여빈), 육아맘 황한주(한지은) — 이 함께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의 직업, 연애, 우정, 상실, 자존감 등을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루며, ‘생활 밀착형 드라마’로서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대사 한 줄 한 줄이 마치 누군가의 일기처럼 현실적이며, 동시에 극적입니다. 예를 들어 “살다 보면 가끔 삶이 질문지를 먼저 주고, 답안지를 나중에 주는 것 같아”라는 임진주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인물 간의 ‘수다’가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주인공들은 거침없이 속내를 말하고, 때로는 철없이 웃고, 때로는 너무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이들의 대화는 형식적이지 않고, 살아있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여성들의 ‘연대’입니다. 연애보다 더 깊은 우정, 가족보다 더 가까운 일상 속 동거는 극 중 큰 사건 없이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멜로가 체질>은 멜로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여성을 단순한 연애의 주체로 그리지 않고, ‘삶의 주체’로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됩니다. 이는 30대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한 시도로, 세세한 일상 묘사와 감정선 구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대사, 연출, 리듬: 이병헌 감독표 ‘공감 코미디’의 정점

이병헌 감독은 영화 <스물>, <극한직업>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유머 감각과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멜로가 체질>에서 정제된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이 드라마는 대사의 밀도가 매우 높고, 리듬감 있는 장면 전개가 특징입니다.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기는 감정의 ‘경계선’을 아주 잘 포착합니다. 대사들은 실제 대화처럼 자연스럽고 속도감 있게 흘러가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도 유머로 녹여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병헌 감독의 ‘메타적 연출’입니다. 드라마 작가인 임진주가 자신의 대본을 쓰면서 벌어지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는, 마치 시청자 자신이 이야기 속 또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이러한 설정은 드라마 속 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현실 비판, 장르 전복, 자기반성의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매우 실험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OST와 배경음악 사용도 절묘합니다. 감정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장면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음악은 <멜로가 체질>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새 소년의 ‘긴 꿈’, 이승열의 ‘날아’,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등이 삽입되어 드라마의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촬영 기법 또한 생활감이 묻어나는 미장센을 기반으로 하여, 특별한 사건 없이도 화면만으로 인물의 정서와 공간을 전달합니다. 복잡하지 않지만 섬세한 구성, 차분한 조명과 카메라 워킹은 마치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연애, 일, 우울, 상실… 다양한 감정을 통합한 현실 공감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여성 중심 서사로 출발하지만, 단순히 페미니즘 드라마나 연애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품은 주제는 매우 넓습니다. 사랑의 시작과 끝, 직장에서의 인정욕구, 가족 내 갈등, 우울증과 자살, 자아 정체성, 인간관계의 경계 등 현대인의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특히 이은정(전여빈 분)의 서사는 ‘상실과 우울’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매우 진보적입니다. 동성 연인이었던 연우를 잃은 그녀는 환각 속에서 그를 계속 보며 살아갑니다. 이는 단지 판타지가 아닌,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은유로 작용합니다. 이은정은 끝내 연우를 마음에서 보내지만, 그 과정에서 자책과 분노, 그리고 결국은 용서로 향하는 감정의 흐름이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또한, 임진주의 연애관은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사랑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제시됩니다. 그는 사랑과 감정을 서사적으로 다루는 작가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서툽니다. 상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닌, 스스로 감정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자립을 중요시하는 2030 세대와 강하게 연결됩니다. 이처럼 각 인물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민과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처한 현실은 이상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됩니다. 이는 시청자가 등장인물에게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멜로가 체질>은 웃기고 따뜻하며, 동시에 날카롭고 서늘한 현실을 담은 작품입니다. 진짜 ‘생활형 멜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장르적 경계를 넘어서 ‘사람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꾸준한 입소문과 재평가를 통해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을 때,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길을 잃었을 때, 이 드라마는 깊은 위로와 지침을 건네줄 것입니다.

멜로가체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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